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Krict Special

스타벅스보다 큰 게 온다 '플라스틱 국제협약' 카운트다운

작성자  조회수119 등록일2024-05-27
스페셜01.jpg [124.4 KB]

KRICT 스페셜

 

스타벅스보다 큰 게 온다

'플라스틱 국제협약' 카운트다운

 

 

 

한겨울에도 찬 커피를 찾는 한국인의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랑은

CNN, AFP통신 같은 해외 주요외신과 온라인 커뮤니티들도 주목하는 흥미로운 현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느새 K-컬처의 일부가 된 듯합니다.

요즘은 미국 스타벅스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차가운 음료 주문이 크게 늘어나며 전체 판매량의 75%를 차지하고 있다는데요.


Chapter 01

부산으로 쏠리는 세계의 시선

 

이에 따라 차가운 음료를 담는 일회용 컵 사용량도 덩달아 크게 늘자 스타벅스는 플라스틱을 최대 20% 줄인 새 일회용 컵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친환경 브랜드를 표방해온 스타벅스는 2018년에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종이빨대를 제공하며 외식업계 친환경 경쟁에 불을 붙인 바 있어 이번 소식 역시 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지 상당한 관심의 대상이 됐습니다.

 

스타벅스가 선보인 플라스틱을 줄인 새 일회용컵 (출처 : 스타벅스)

 

하지만 정작 더 크고 중요한 소식은 따로 있는데요.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일대 전환점이 될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2022년부터 각국 정부와 산업계의 치열한 논쟁 속에 이해관계 조정이 거듭돼 온 플라스틱 국제협약은 그간 우루과이, 프랑스, 케냐, 캐나다에서 열린 회의를 거쳐 오는 11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제5차 협상을 끝으로 최종 협약문 체결의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플라스틱의 역사는 19세기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값비싼 상아 당구공을 보다 싸게 만들기 위해 천연수지로 만든 플라스틱 셀룰로이드를 처음 개발한 이후 20세기 석유화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본격적으로 플라스틱이 대량 생산되기 시작했지요. 지난 4월 유엔환경계획(UNEP)이 작성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의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9년 기준 4.6억 톤으로 1950년대에 비해 200배 넘게 폭증했습니다. 또 다른 OECD 보고서는 이런 가파른 증가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2060년이 되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12.31억 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 증가 시나리오 (자료=OECD)


Chapter 02

생산 억제 VS 효과적인 처리

 

‘기적의 소재’로 불리며 인류에게 유례없는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준 플라스틱은 가공하기 쉽고 견고한 데다 저렴하기까지 해 좀처럼 대체품을 찾기 힘든 범용소재입니다. 하지만 환경적 관점에서는 지구 생태계 전체에 매우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순환적’ 사용주기입니다. 생산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은 폐기물 처리나 재활용모두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겁니다.


 

앞서 본 유엔환경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3.6억 톤 규모입니다. 이 가운데 전체 폐기물의 50%가 땅에 매립됐고 19%는 소각됐습니다. 재활용율은 9%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22%는 어떻게 됐는지 파악조차 어렵습니다. 이렇게 매립되거나 소각되거나 행방불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하천, 토양, 대기, 남극의 빙하와 세계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까지 없는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지구를 뒤덮으며 인류의 건강은 물론 생태계 전체를 위협한다는 과학적 증거들이 해가 갈수록 쌓여 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플라스틱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된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이런 엄중한 상황 인식 아래 시작된 플라스틱 국제협약은 2015년 파리기후협약 수준의 결과물을 도출한다는 목표 아래 최종 협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2050년으로 마지노선을 정한 탄소중립 정책에 버금갈 만큼 강력한 법적 구속력의 합의문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전 세계 산업과 경제, 사회와 문화 전반에 걸쳐 큰 변화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163개 회원국들의 논의는 여전히 난항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플라스틱 제품 원료의 생산 제한입니다. 다른 하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입니다. 소비자가 사용한 플라스틱 제품의 처리에 수반되는 비용을 생산자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그룹은 생산단계부터 플라스틱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최종 종착지가 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도 생산 억제에 찬성하는 분위기입니다. 생산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오염도 줄어들 거란 것입니다. 반면 플라스틱의 원료인 석유를 생산하는 산유국들은 격렬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협약의 취지 자체가 지구의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한 것인 만큼 생산 억제가 아닌 효과적인 폐기물 관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 EPR (출처=한국환경공단)

한국의 이런 협상책 이면에는 아마도 플라스틱을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소재로 혁신하려는 연구개발에서 세계적으로도 가장 주목받는 성과들을 낳고 있는 화학연의 저력이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2023년 국가연구개발우수성과 100선에 빛나는 폐폴리스타이렌 재활용 기술, 또 그보다 앞서 2020년 역시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된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 개발이 대표적이지요.

 

(좌)2023년 국가연구개발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된 폐폴리스타이렌(스티로폼) 재활용 촉매 기술(황동원 박사팀) 연구진, 좌측부터 민주원 박사, 김지훈 박사, 황동원 박사, 송인협 박사, 윤광남 (우)한국화학연구원 황동원 박사팀의 폐폴리스타이렌(스티로폼) 재활용 촉매 기술 개념도

 


Chapter 03

친환경적인 플라스틱 재자원화

 

 

플라스틱은 여러 가지 단위 물질을 중합해 만드는 인공 중합체입니다. 따라서 이미 만들어 사용한 폐플라스틱의 자원화는 중합의 역반응인 해중합 기술을 통해 이뤄지는데요. 해중합 기술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원래의 플라스틱과 동동한 물성을 갖고 있어 다시 새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데 무리가 없지만 해중합 과정에서 고온의 열이나 유해한 화학물질이 사용되는 점 등이 큰 문제입니다.

현재 플라스틱 쓰레기 분리수거에서 가장 많은 부피를 차지하는 것은 폴리스타이렌(스티로폼)입니다. 국내에서 포장재, 완충재, 단열재 등으로 쓰고 버리는 폐스티로폼은 연간 수만 톤에 이릅니다. 스티로폼은 전체 부피에서 98%가 공기층이고 단 2%만 폴리스타이렌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재활용을 하려면 고온의 열이나 톨루엔 같은 유해화학물질을 이용해 부피를 줄이는 과정에서 유독성 화학물질이 발생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화학연에서는 기존보다 낮은 온도에서 폐스티로폼을 분해해 기초원료인 스타이렌 원료를 연속 생산하는 공정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은 2022년 롯데케미칼에 성공적으로 기술이전 되어 실증화와 사업화를 위한 공동연구가 한창입니다.

음료수 용기, 생활용품, 장난감, 전선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는 PET는 사용량이 많은 만큼 재활용 방법도 비교적 잘 구축되어 있는 편인데요. 하지만 유색이나 복합재질의 PET는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또한 해중합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유기물이나 금속 불순물이 포함될 수도 있지요. 이에 따라 화학연에서는 PET병을 친환경적으로 분해해 플라스틱의 기초원료로 재탄생시키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PET 해중합에 주로 사용되던 아세트산 아연 촉매 대신 독성이 낮고 경제적인 촉매를 사용하는 공정 개발이 대표적이지요. 이 기술은 특히 용해도 차이를 이용한 상분리 기술이 적용돼 플라스틱의 기초물질인 단량체 회수가 쉽고 유색의 이물질이 포함된 PET 소재도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PET의 저에너지 메탄올리시스 촉매 반응

 

 


Chapter 04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개발

 

 

앞서 플라스틱 제품 사용에 대한 규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던 2019년, 화학연은 땅속에서 6개월 안에 100% 완전 분해가 되는 바이오플라스틱 기반의 생분해성 고강도 비닐봉투 개발로도 큰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 뒤에는 현존하는 바이오플라스틱의 한계를 모두 극복하는 슈퍼 바이오플라스틱 개발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이 식물유래 성분인 아이소소바이드 기반의 슈퍼 바이오플라스틱은 환경 호르몬이 없는 것은 물론 강철보다 강하며 200℃ 이상의 고온에서도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고강도·고내열의 슈퍼 바이오플라스틱은 그간 비스페놀A가 포함된 석유계 플라스틱의 사용으로 안전성 논란이 컸던 젖병, 밥솥 등의 생활용품은 물론 온도 상승으로 인한 소재의 열팽창 등을 피해야 하는 OLED 등의 전자부품과 고온증기 멸균, 알콜같은 유기용제, 소독 살균제에 대한 내성을 가지는 의료용 소재 등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지요.

 

 

화학연이 개발한 생분해성 고강도 비닐봉투

일본이 독점하고 있던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의 국산화에도 성공했습니다.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 역시 인체에 유해한 비스페놀A가 포함된 폴리카보네이트의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들다보니 고기능성 플라스틱의 주요 특성인 투명성?고강도?내충격성 등을 만족시키기 어려워 시장 확대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반면 화학연 연구진이 개발한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는 자동차 선루프, 고속도로 투명 방음벽 등에 쓰일 수 있을 만큼 우수한 투명도와 강도를 자랑했습니다.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추출 과정

현대문명의 중요한 물적 기반이자 골칫덩이기도 한 플라스틱의 미래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결정될지 전 세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것이 어떤 선택이든 화학연의 연구개발은 친환경적인 폐플라스틱 자원화와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개발 모두에서 계속해 빛을 발하게 될 텐데요. 화학연 연구진의 혁신적인 플라스틱 연구가 ‘얼죽아’ 사랑처럼 조용히, 또 폭넓게 세계인의 건강과 지구 환경 보존을 이끄는 트렌드세터가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