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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Special

무주공산 ‘첨단 바이오’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작성자  조회수139 등록일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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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스페셜 1

 

무주공산 '첨단 바이오'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물(Aqua)’은 고대 4원소설에서 모든 생명체의 탄생과 성장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졌습니다. 또한 고체, 액체, 기체의 세 가지 상으로 존재하는 성질 때문에 비와 얼음, 강과 바다, 대기 중의 수증기로 지구의 모든 생명을 다스린다고 믿었지요. 인류의 종교 대다수가 물을 신성시하며 정화와 생명, 창조를 상징하는 의식에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인데요.
 
 
원시수프 이론과 심해열수구
 
 

물은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장소를 제공하고, 또 화학 반응의 속도와 농도를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 중 하나입니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주요 가설들도 대부분 물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오파린과 할데인의 원시수프(Primordial Soup) 이론입니다. 약 40억 년 전 지구의 대기를 이뤘던 메탄, 암모니아, 수소 등이 물과 화학적으로 결합해 원시수프라는 생명의 토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원시수프 속에서 아미노산과 당류 같은 간단한 화합물이 형성 되었고 점차 더 복잡한 초기 단백질로 변화했다는 것이지요.

 

생명의 기원에 관한 오파린-할데인의 이론은 1953년 유리-밀러의 실험을 통해 상당 부분 사실로 입증되었습니다. 이들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플라스크에 물을 반쯤 채운 뒤 메탄, 암모니아, 수소와 수증기를 공급해 원시 지구와 같은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고압 전류로 불꽃을 튀겨 번개를 만드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실험 첫 날 맑았던 물은 일주일이 지나자 붉은색의 탁한 용액으로 바뀌었습니다. 실제로 어떠한 외부의 영향도 없는 가운데 물에서 세포의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과 유기물들의 형성이 관찰된 것입니다.

 

심해열수구설(Deep-Sea Vent Hypothesis)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생명의 기원설 중 하나입니다. 마그마에 의해 뜨거워진 물이 분출되는 심해의 열수 분출구는 주변의 온도가 400°C 이상이고 pH는 2~4 정도로 매우 낮습니다. 이런 높은 온도와 압력의 극한 환경에서도 열수 분출구 주변에 지구상 보통의 생태계와 다른 독특한 특성의 생명체들이 발견되고 있는 것에 미루어 지구 초기 생명의 기원도 심해의 열수구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입니다.

 

 

생명의 기원과 인류의 건강

 

 

생명의 기원에 대한 호기심은 인류의 본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존재와 기원이 늘 궁금한 인간은 생명의 기원에 대한 탐구를 통해 자신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고 싶어 합니다. 나아가 이런 인간 고유의 호기심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과학적 지식과 기술이 인류 전반의 삶과 문화를 발전시켜 왔지요.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인간의 수명 연장과 건강 증진에 기여해 온 의약학입니다. 생명의 기원을 찾기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생명체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인 무병장수의 실현을 위해 다양한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 방법을 개발해 왔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빠르게 발전하는 생명공학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의약학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첨단 바이오’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각광받고 있는데요. ▲인공적으로 생명체의 유전체나 세포를 합성하는 ‘합성생물학’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선택적으로 편집하거나 줄기세포 치료처럼 세포를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유전자·세포치료’ ▲mRNA로 대표되는 혁신적이고 신속한 ‘감염병 치료·백신’ ▲바이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의 ‘디지털 헬스 데이터 분석·활용’ 등이 그것입니다.

 

 

생명과학과 공학의 융합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은 생명과학과 공학을 접목해 기존의 효소와 세포 등의 특성을 변화시키거나 자연에 존재하지 않던 인공 생명체와 시스템 등을 새롭게 설계· 제작하는 학문입니다. 생명현상의 복잡성을 이해하려는 생명과학에 공학적 개념이 더해져 생명체를 구성하는 유전자와 단백질 등의 구성요소를 부품처럼 생산하는 기술입니다. 바이오파운드리처럼 표준화·고속화·자동화된 시설에서 세포, 효모, 인슐린 같은 유용 물질과 바이오 소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유전자·세포치료(Gene and Cell therapy)는 유전자 변형 세포를 활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입니다. 유전자 치료는 유전자의 삽입, 삭제, 수정 등으로 변화시킨 정상 유전자나 치료 유전자를 환자의 세포 안에 주입해 결손 유전자 결함을 교정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세포 치료는 일반적으로 줄기세포처럼 환자나 기증자의 생체 세포를 활용해 세포의 생물학적 특성을 변화시켜 손상된 조직이나 질병에 걸린 조직을 대체하거나 회복시키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감염병 백신·치료는 신·변종 및 미해결 감염병 발생 시 관련 백신·치료제를 신속하게 개발·제조할 수 있는 전달물질과 후보물질 발굴 등의 기반 기술을 말합니다. 혹독했던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조만간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신·변종 감염병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킬 수 있도록 예방과 진단, 치료와 감염확산 방지 체계 전반에 걸쳐 대응능력을 더욱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디지털 헬스데이터 분석·활용 분야는 금세기 초 인간 게놈 지도 완성에 힘입어 급격하게 발전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ext Generation Sequence, NGS)을 기반으로 바이오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개인별 맞춤의료라 할 수 있습니다. 환자마다 다른 유전체 정보를 비롯해 환경적 요인, 생활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 질병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고 최적의 치료법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인데요. 특히 유전질환과 고령화 사회에서 발병률이 높은 퇴행성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2의 반도체

 

우리나라는 지난 2022년 과학기술의 혁신을 바탕으로 전세계적인 기술 패권 경쟁에서 추격자 모델을 넘어 선도적인 리더로 발돋움한다는 목표 아래 ‘12대 국가전략기술육성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어 2023년 9월 ‘국가전략기술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12월 20일에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체 회의에서 12대 국가전략기술(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첨단 모빌리티, 차세대 원자력, 첨단 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수소, 사이버보안,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첨단 로봇·제조, 양자)을 최종적으로 공식 지정하기에 이르렀는데요. 이 자리에서는 향후 집중적인 투자·육성 계획의 대상이 될 총 50개의 중점 기술과 세부 정의도 함께 발표해 글로벌 경쟁 우위와 초격차 확보에 필요한 국가연구개발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첨단 바이오’는 전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에 따라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는 퇴행성 난치 질환, 코로나19 팬데믹처럼 점점 더 빈번해지는 공중보건 위기 등 인류 공통의 난제를 해결할 열쇠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입니다. 또 다른 특징은 전통적인 바이오 산업과 달리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절대 강자가 없는 미개척지란 점이지요.

 

우리나라가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첨단 바이오를 선정한 것도 기술 혁신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첨단 바이오는 장차 한국이 세계시장을 견인하는 ‘제2의 반도체 산업’이 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이 같은 기대감은 12대 국가전략기술과 50개 중점기술이 최종 확정된 뒤 이틀 후인 12월 22일 정부가 개최한 ‘제1차 바이오헬스 혁신위원회’에서도 역력했습니다.

 

 

 

 

2027 첨단 바이오 강국을 향해

 

이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차 바이오헬스 혁신위원회’에서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바이오헬스 시장 선점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 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의 주요 목표와 계획들이 제시됐습니다. 2027년까지 선도국 대비 82%의 기술 수준을 달성하고 의약품·의료기기 등 바이오헬스 산업 수출 규모를 2배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를 이루었는데요. 이를 위해 연 매출 1조 원 이상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혁신 신약 창출, 첨단재생의료 치료제도 도입 등을 통한 규제 장벽 철폐, 바이오 연구 빅데이터 100만 명 구축과 개방, 바이오 헬스 핵심 인재 11만 명 양성 등에 범정부적으로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감염병 백신 개발, 난치성 질환의 극복 등 첨단 바이오 중심의 도전적 R&D를 위해 최대 2조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될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도 공개됐습니다. 더불어 이르면 2024년부터 860억 규모의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국내의 협소한 연구개발 체계를 탈피하고 첨단 바이오 선도국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적인 초격차 기술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화학연 역시 지난해 원장 직속의 특별기구인 ‘국가전략기술추진단’을 신설해 우리나라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12대 국가전략기술 확보에 조직 역량을 총결집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첨단 바이오 분야는 국내에 관련 지식과 이해가 부족했던 1980년대부터 감염병 치료·백신을 필두로 유전자·세포치료와 합성생물학, 디지털 헬스 데이터 분석·활용 전반에 걸쳐 꾸준히 다져온 연구개발 역량과 우수한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 원천기술 확보와 국내 관련 산업 생태계 고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