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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Special

노벨과학상 휩쓴 AI, 화학연은?

작성자  조회수279 등록일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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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스페셜
노벨과학상 휩쓴 AI, 화학연은?

 

 

누구도 예상 못한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소식이 여전히 꿈인가 싶을 만큼 놀랍고 반갑습니다. 이번 수상이 더 짜릿한 건, 한글의 풍부한 표현력에도 불구하고 번역이 어려워 노벨문학상 수상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스스로 족쇄를 채워 온 사고의 한계를 단숨에 깨트린 의외성 때문입니다. 올해 노벨상의 파격은 문학상뿐만이 아닙니다. 노벨상의 정수라 할 과학상 부문에서는 더욱 놀라운 발표가 잇따랐지요. 

 

 

Chapter 01
“노벨상 진짜 주인공은 AI”

2024 노벨화학상은 데이비드 베이커 워싱턴대 교수와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 존 점퍼 수석연구원이 공동수상했습니다. 노벨물리학상의 수상자는 존 홉필드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로 결정됐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주인공은 AI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특히 화학상을 수상한 알파폴드와 로제타폴드는 신약부터 나노소재까지 화학 작용을 기반으로 하는 첨단산업 전반의 일대 혁신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두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그간 천문학적 연산이 필요했던 단백질 구조 분석과 예측의 획기적인 시간 단축은 물론, 이제 자연에 없는 인공 단백질을 설계하는 단계까지 진화한 상태인데요. 로제타폴드의 개발자인 베이커 교수에 따르면 현재 AI의 단백질 구조 설계 역량을 소재의 화학적 성질 조절과 촉매 설계로도 확장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라고 합니다. 

 


인공지능 단백질 구조 모델링 기술  '로제타폴드' (출처=워싱턴 의대 단백질 디자인 연구소 이안 해이든)

 
화학소재를 이루는 원소의 조성과 구조는 수많은 조합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물성의 소재를 실험으로 모두 합성하고 측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요. 이에 따라 관련 연구개발의 흐름은 이미 꽤 오래 전부터 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특히 AI를 활용한 예측기술 개발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습니다. 

 

 

Chapter 02
물성 예측부터 공정 최적화까지 

 

 

신정호 센터장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저장되어 있는 서버실에서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AI의 활약은 화학연의 연구현장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화학연은 2007년 설립한 화학소재정보은행을 바탕으로 국내외 100만 종 이상의 소재 물성 데이터들을 수집해 온 데 이어, 2010년대 중반부터는 AI를 활용해 소재의 물성을 예측하는 연구도 본격화했습니다. 이를 통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재와 열전 소재의 예측 기술 등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올해 4월에는 더욱 발전한 AI 플랫폼과 활용 기술을 바탕으로 ‘비산화 메탄 직접 전환 기술’을 이전보다 한층 고도화하는 데도 큰 힘을 보탰습니다. 

 

메탄을 이산화탄소 부산물 없이 직접 고부가 화학원료인 에틸렌, 방향족 화합물 등으로 전환하는 화학공정 기술 (인공지능 활용 개선점 도출)


이 기술은 화학연 연구진이 2019년 관련 메커니즘을 밝혀낸 뒤 줄곧 세계를 선도해 온 분야입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메탄을 에틸렌, 방향족 화합물, 수소 등의 유용한 원료로 전환하는 것이지요. 연구진은 그간 이 기술의 상용화와 경제성 확보를 위해 기존보다 낮은 작동 온도, 또한 기존보다 적은 촉매로 반응기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요. 이 과정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체 공정의 최적화 예측과 반응기 구조 변경에 성공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작동온도는 기존의 세계 최고 기술보다 300℃가 낮은 700℃, 반응기의 부피도 30% 이상 줄이는 에너지 효율화를 이뤄내게 되었습니다.

이 같은 일련의 성과들을 통해 AI가 최적의 실험 조건을 제안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한 화학연은 인공지능 활용 기술 개발과 관련 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이는 비단 화학연 연구자뿐만 아니라 국내의 모든 화학 분야의 과학기술인들이 AI라는 새로운 영역에 쉽게 입문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컨시어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Chapter 03
한 발 앞서 시작된 AI 플랫폼

 

화학연이 2021년부터 운영 중인 ‘ChemAI’는 국내 최초로 구축된 화학 데이터 특화 인공지능 플랫폼입니다. 최근 과학기술과 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대화형 AI 서비스를 한 발 앞서 구현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지요. 

화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 데이터로 AI 연구를 수행하려면 알고리즘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데이터를 가공해야 합니다. 요즘에는 다양한 AI 소프트웨어가 무료로 제공되는 경우도 많아 알고리즘 활용의 문턱이 과거보다 크게 낮아졌지요. 하지만 화학 소재에 관한 데이터를 일반에 공개된 AI 프레임워크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화합물을 이루는 원소의 특성이나 구조정보 처리를 위한 코딩이 필수적입니다. 

 


ChemAI의 웹페이지 화면

 

인공지능 플랫폼 'ChemAI' 서비스를 개발한 화학데이터기반연구센터 연구진 (좌로부터 장승훈 박사, 장현주 박사, 나경석 연구원)

 

 

이에 따라 화학연은 ChemAI의 개발 단계에서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가장 큰 초점을 맞췄습니다. 처음 AI를 접하는 사람도 컴퓨터 코딩 없이 플랫폼이 제공하는 가이드라인만 잘 따라가면 손쉽게 자동화된 데이터 전처리와 예측 모델 생성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ChemAI의 또 다른 강점은 자신의 데이터가 없는 연구자들도 AI 기반의 물성 예측 기능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ChemAI는 공개 데이터를 통해 구축한 무기 소재의 밴드갭, 유기 분자의 분광흡수 피크 등 다양한 딥러닝 및 머신러닝 기반의 소재 물성 예측 툴킷을 제공합니다. 이와 동시에 화학연은 데이터 표준화, 실험 자동화 등을 통해 AI 학습용 데이터의 품질 향상과 다양성 확보에도 더욱 주력하고 있습니다.

AI가 휩쓴 2024 노벨과학상을 계기로 세계 각국의 인공지능 기술과 플랫폼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국내 유일의 화학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화학연 역시 AI를 활용한 연구개발 혁신에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인간과 AI의 협업이라는 신기원을 향한 화학연의 행보가 국가와 인류문명 전체의 거대한 도약대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