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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Issue

모빌리티·스마트폰·하우징까지 소부장 혁신 촉매 ‘자가치유 기술’

작성자전체관리자  조회수510 등록일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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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아리아리

아리아리는 ‘어려워도 함께 헤쳐가자’라는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모빌리티·스마트폰·하우징까지

소부장 혁신 촉매 ‘자가치유 기술'

 

 

 

자가치유(self-healing)란 원래 사람이나 동물, 식물의 상처와 질병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런 생명체 고유의 능력을 금속이나 플라스틱 같은 무생물에서도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 자가치유 기술이지요.

 

 

 

액체야, 고체야?

 

 

 

깨지거나 늘어나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원상 복구되는 자가치유 소재의 가능성이 가장 먼저 대중에게 각인된 것은 영화를 통해서였습니다. 1991년의 공상과학영화 ‘터미네이터2’를 통해서였지요. 이 영화는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영화계의 통념을 깨뜨리며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그 중심에 액체금속 로봇 T-1000이 있었습니다. 완전히 소멸된 것처럼 땅바닥에 퍼져 있다가도 스르르 본래의 형상을 되찾고 다시 추격에 나서는 불가사의한 모습이 관객들을 전율과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CG로만 구현될 것 같았던 자가치유 물질은 10년 만에 실제로 그 가능성이 확인됐습니다. 2001년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진이 플라스틱의 균열을 복원하는 마이크로캡슐을 개발한 것입니다. 이 마이크로캡슐에는 디사이클로펜타디엔(C10H12)이란 액체 화합물이 들어 있었는데요. 마이크로캡슐을 함유한 고분자가 손상되면 마이크로캡슐이 깨지면서 디사이클로펜타디엔이 흘러나와 굳으면서 균열을 메웠습니다. 

 

2005년에는 일본의 자동차회사 닛산이 접촉사고로 생긴 흠집을 저절로 복구하는 자가치유 페인트를 개발했다고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2011년에는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연구팀이 수분을 만나면 번식하는 세균 캡슐을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같은 건축소재에 섞어 넣는 기술을 선보입니다. 산소나 물이 없어도 장기간 생존하는 곰팡이 포자와 특수 박테리아 등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콘크리트에 금이 가서 물과 산소가 공급되면 세균이 다시 먹이활동을 하며 시멘트의 주원료인 탄산칼슘을 내뿜고 규칙적인 결정을 이뤄 갈라진 틈을 메우는 원리입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렇게 점점 더 발전하는 자가치유 기술을 2030년부터는 우주선과 우주복에도 적용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기도 한데요.

 

 

 

 

 

 

 

통념 깨는 자가치유 기술 

 

 

통념 깨는 자가치유 기술

 

 

자가치유 물질은 의류, 신발, 타이어, 스마트폰, 자동차처럼 늘 크고 작은 스크래치가 생기는 제품들의 소재로서 정말 매력적입니다. 사용수명을 늘릴 수 있으니 친환경적이기도 하지요. 또한 자가치유 물질은 건축물과 포장도로, 접근이 힘든 지중 설비와 해저케이블, 인체에 삽입되는 의료기기 등의 사후관리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내구성이 약하고 원상회복까지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는 점, 일회용 캡슐이라 같은 부위에 또 균열이 생기면 다시 치유하거나 재도장하기가 어렵다는 등의 한계로 인해 상용화를 위해서는 여전히 더 많은 연구개발이 필요한 상황인데요.

 

 

한 가지 희소식은 현재 자가치유 소재 분야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란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물체 속에 자가치유가 가능한 소재 캡슐을 섞어 넣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는 것과 달리, 분자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이용해 물질 자체에 자가치유 능력을 부여하는 연구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자가치유 소재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자가치유 소재

 

4D 프린팅용 형상기억 신소재 기술을 개발한 화학연 연구팀

(좌로부터 김용석 센터장, 김동균 선임연구원, 박성민 선임연구원)

 

 

 

2018년 화학연 연구진이 개발한 고탄성 자가치유 소재는 절단 후 2시간 정도가 지나면 80%, 6시간 후에는 100% 회복돼 5kg 무게의 아령을 매달며 일본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세계 최고 인장강도 기록을 두 배 넘게 앞질렀습니다. 또한 계속되는 후속연구로 올해 초에는 중국이 가지고 있던 세계 최단 원상회복 시간을 2분에서 30초로 크게 단축하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맞춤형 의료기기와 가변형 전자소자, 소프트 로봇 등에 활용할 수 있는 4D 프린팅용 자가치유 신소재가 개발됐습니다. 4D 프린팅 기술은 기존의 3D 프린팅을 통해 만든 3차원 구조체가 특정 조건 하에 스스로 변형을 일으키는 기술인데요. 화학연 연구진은 분자 사이를 다리처럼 연결하는 동적 가교반응을 이용해 자가치유와 형상기억이 가능한 비트리머 신소재를 개발하여 3D 프린팅 소재의 과다사용과 재활용 문제 해결의 열쇠를 제시하게 됐습니다.

 

 

 

차세대 모빌리티를 코팅한다, 햇빛만 있으면 스크래치 걱정 끝

 

 

 

화학연은 특히 올해 햇빛만 쬐도 자동차 표면의 흠집이 사라지는 보호용 코팅 소재의 개발을 바탕으로 상용화에서도 큰 진전을 이루게 됐는데요. 자가치유 소재는 액체금속로봇 T-1000처럼 유동적인 액체와 단단한 고체의 장점을 함께 가져야 합니다. 자유로운 분자 이동과 결합으로 스스로 손상을 회복하면서도 동시에 외부 온도와 압력에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단단한 특성을 발휘해야 하지요. 특히 자동차 보호용 코팅 소재는 차량 본래의 색상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무색투명해야 하고 고가의 제품인 만큼 내구성이 좋아야 합니다. 이런 복잡한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기가 어려운 까닭에 앞서 개발된 닛산자동차의 자가치유 페인트 역시 널리 쓰이지 못했는데요.

 

 

화학연이 개발한 자가치유 코팅 소재는 한낮 햇빛에 30분 이상 노출시키면 차 표면의 흠집이 스스로 사라지고 내구성도 뛰어나 국내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연구진은 먼저 기존의 코팅 소재에 특정 물질을 넣어 고분자들이 해체와 재결합을 반복하는 새로운 동적 화합결합을 설계했습니다. 여기에 빛 에너지를 열 에너지로 바꿔주는 광열염료를 섞어 태양광 아래서 동적 화학결합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했지요. 화학연 연구진이 적용한 광열염료는 투명한 유기물로 제품 본래의 색에 영향을 주지 않는 데다 다양한 도료에 잘 배합되고 가격도 저렴해서 상용화에 매우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 같은 언론과 산업계의 평가는 곧 이어진 화학연-(주)KCC의 업무협약을 통해 한층 가시화됐습니다. KCC는 국내 1위의 산업용 도료 및 건축내외장재 전문 기업인데요. 화학연이 개발한 햇빛으로 자가치유가 가능한 투명 코팅소재 기술과 자사가 축적해온 도료기술을 결합해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도심항공(UAM) 등의 차세대 모빌리티용 소재로 양산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화학연의 자가치유 소재기술은 이번 상용화 업무협약을 발판으로 향후 미래 이동수단은 물론 스마트폰과 웨어러블센서 등의 전자·정보기기, 건축재료 등으로도 빠르게 적용 범위를 넓히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화학연의 속도감 넘치는 혁신기술 개발과 상용화 노력이 소재-부품-완제품에 이르는 국가 미래 전략산업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전반에 걸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