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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Issue

K-히든챔피언의 산실 ‘KRICT 디딤돌 사업’

작성자  조회수344 등록일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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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포커스
K-히든챔피언의 산실
"KRICT 디딤돌 사업"

 


식어가는 EU의 성장엔진 독일의 경제 한파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전 산업에 걸쳐 생산과 투자가 감소하는 가운데, 특히 GDP의 5%를 담당해 온 자동차 산업이 사상 처음으로 자국 내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중요한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지나친 중국시장 의존, 에너지 정책 실패,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등의 원인들이 열거되며 독일 경제의 장기 침체 가능성을 전망하는 분위기가 대세입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습니다. 독일의 위기 탈출을 예견하는 반대 의견의 핵심 논거 중 하나는 여전히 견고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히든챔피언’의 존재입니다. 

 

 


Chapter 01
세계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최근 부진이 거듭되고 있지만 독일은 명실 공히 유럽 최대의 제조업 대국이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경제규모를 자랑합니다. 철저한 기술력과 품질관리의 상징으로 군림해 온 독일의 산업은 19세기부터 다져 온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 미텔슈탄트(Mittelstand)가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계시장을 좌우하는 히든챔피언이 독일 산업의 든든한 버팀목을 이루고 있지요.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은 특정 분야에서 세계 3위 이내의 점유율을 갖고 있지만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들을 말합니다. 독일은 세계적으로 히든챔피언이 가장 많은 국가로 유명합니다. 전 세계 히든챔피언의 약 48%가 독일 기업입니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으로는 마이스터라 불리는 고숙련 기능인의 지속적인 양성, 그리고 오랜 세월 이윤의 많은 부분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해 기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온 선순환 구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여러 산업에 필수 원료를 제공하며 독일 경제의 다각화를 이끌어 온 화학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일의 화학 산업은 세계 4위의 생산규모로 40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데요. 19세기부터 근대 화학 산업을 개척해온 독일은 탄탄한 산업 기반과 기술혁신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여전히 유럽 최대의 화학 산업 거점 지위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독일의 2천 개 넘는 화학 기업 중 90% 이상이 종업원 500명 미만의 중소·중견기업입니다. 그리고 그중 무려 87%가 히든챔피언으로 분류되고 있지요. 이들은 특히 정밀화학과 친환경 신소재, 재생 에너지 소재 등의 스페셜티(specialty, 고부가가치) 제품 분야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선보이며 바스프, 바이엘 같은 독일 국적의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해 세계 화학·의약 시장을 선도해 왔는데요.

독일의 화학 산업도 1990년대에 한 차례 큰 부침을 겪었습니다. 수년 간 지속된 내수부진과 아시아, 러시아, 중동 지역 석유화학 기업들의 저가공세로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이지요. 어찌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화학 산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도 양상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 화학 기업들은 범용제품 부문을 해외에 매각하는 대신, 기술 장벽이 높고 수익률이 좋은 정밀화학과 제약산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다시 활력을 되찾았고,  다시 활력을 되찾았고, 2008년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도 굳건히 버텨내며 독일 경제의 든든한 수호신이 되었습니다. 

 

 

Chapter 02
한국형 히든챔피언의 산실

 

(출처=중소기업청)

 

 

우리나라 역시 독일 화학 산업의 발전과 재도약 사례를 벤치마킹하며 글로벌 히든챔피언 육성에 많은 힘을 기울여 오고 있습니다. 2017년 화학연 정문 앞에 새롭게 들어선 KRICT 디딤돌 플라자가 바로 그 핵심거점이라고 할 수 있지요. 화학연은 앞서 2013년부터 화학 분야 글로벌 히든챔피언 육성을 목표로 국내의 유망 중소·중견기업 부설연구소를 직접 원내에 입주시켜 연구개발 노하우를 전수하고 연구자, 장비, 시설 등 고도의 R&D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습니다. 이 같은 역할을 인정받아 정부 차원의 히든챔피언 육성 플랫폼으로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하게 된 것이지요.

KRICT 디딤돌 사업은 화학연 멘토그룹의 밀착지원과 공동연구 등을 기반으로 히든챔피언의 가능성이 높은 스타 중소기업들을 배출해 왔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이산화탄소 활용 건식개질 플랫폼 구축에 성공하며 CCU 기술의 국제적인 리더로 부상 중인 부흥산업사, 세계 최초의 경구용 혈관내피기능장애 차단제로 프랑스 기업과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큐라클, 화학연과 공동연구로 친환경 제초제 분야 국내기업 최초 미국 환경보호청에 물질을 등록한 목우연구소, 파킨슨병·심혈관계 질환 신약 기대주로 입주기간 동안 코스닥 상장과 에이즈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카이노스메드 등이 그들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KRICT 중소기업부설연구소 육성센터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R&D부터 사업화까지 디딤돌 사업의 전주기 지원 속에 혁신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난치성 질환 신약을 개발하는 엘젠테라퓨틱스,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고부가 화합물로 자원화 하는 블루텍, 세계적인 고기능성 수지 전문기업이 목표인 디에프씨, 방열냉각 코팅소재로 K-반도체와 전자산업에 더 큰 날개를 달아주고자 하는 퓨어만 등이 주인공입니다. 

이외에도 엘티씨, 스마트코리아, 리윤바이오, 리뉴시스템, 마디, 서우인, 세원산업, 플라이어, 파이솔루션테크놀로지, 리피유, 엘케이켐, 인바이오, 신양티아이씨까지 총 18개의 중소기업들이 이차전지·신재생에너지·폐플라스틱 원료재생화 기술 등 다양한 첨단 화학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히든챔피언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화학연의 연구자, 전문가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요.
 


Chapter 03
화학 산업 모두의 상생 플랫폼으로


화학소재부품 상생기술협력센터


올해로 11년째를 맞고 있는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 프로젝트 KRICT 디딤돌 사업은 요즘 또 다른 중요한 혁신의 전기를 마련 중입니다. 화학연 정문 너머 서서히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화학소재부품 상생기술협력센터’가 바로 그 변화의 현장입니다. 상생기술협력센터는 화학소재·부품 핵심기술의 자립화를 위해 화학연과 수요기업-공급기업이 함께 컨소시엄을 이뤄 힘을 모으게 될 3자 협력 플랫폼입니다. 그간 화학연이 쌓아온 핵심기술 연구역량을 바탕으로 연구자와 크고 작은 기업들이 함께 모여 화학소재·부품 국산화를 추진할 소부장 기술혁신의 새로운 거점 공간이지요. 

총 185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4개 층(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5,401m2 규모로 건설되고 있는 상생기술협력센터는 6개의 컨소시엄이 입주하여 실시간 공동연구를 수행할 상생형 연구공간, 소재부품평가랩, 스케일업 연구실, 가변형 커뮤니케이션 공간, 화상회의 공간, 전문가 컨설팅을 위한 기업자문실과 학술정보실 등 공급기업-수요기업-화학연 연구자들의 3자 협업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시설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최근 화학연은 이곳에서 펼쳐질 화학소재부품 상생기술협력 플랫폼 사업의 입주기업 수요-공급기업 컨소시엄) 평가를 무사히 마치고 소재·부품·장비와 탄소중립 등 화학 분야 국가전략기술의 연구개발과 기술 사업화를 연계하는 목표 지향적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 기술사업화)를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의 꿈을 넘어 국내 화학 산업 생태계 모두의 협력과 상생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KRICT 디딤돌 사업이 전 세계적인 산업지형의 변화 속에서 대한민국 화학 산업의 미래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