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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원자력발전의 열쇠 방사성 물질 제거기술

작성자전체관리자  조회수832 등록일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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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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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원자력발전의 열쇠

방사성 물질 제거기술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주춤했던 원자력 산업에 다시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세계 각지의 분쟁과 대립으로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며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에 나서는 국가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저탄소 정책을 선도해온 EU 의회가 그린 택소노미(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의 범위)에 원자력 발전을 포함하기로 의결한 것 역시 향후 원전의 이용 확대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원자력 발전의 재발견

이에 따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현재 전 세계 수요 전력의 약 10%를 차지하는 원전의 발전 용량이 2050년까지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습니다. 특히 탄소배출 제로를 위한 전 세계적 규제 흐름에 적합하면서도 적재적소에서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 출력 300MW 이하의 소형모듈원전(SMR)이 미래 원자력 산업의 큰 흐름을 형성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SMR(Small Modular Reactor)은 핵연료,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이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된 소형 원자로입니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듈을 조립해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기간이 짧고 비용도 저렴합니다.


원전의 지속적인 역할 확대를 위해서는 효율과 경제성뿐만 아니라 안전성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도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세계 방사성 폐기물 관리 시스템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2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가운데 방사성 폐기물의 운반 및 처분 비용이 약 17.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합니다. 따라서 방사성 폐기물의 부피를 줄여 처분 비용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원전 확대를 서두르고 있는 나라들의 공통된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200리터 한 드럼 당 1,500만 원에 이르는 방사성 폐기물의 막대한 처리 비용은 물론, 향후 20년 간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약 39만 드럼 분량의 처분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큰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포화 상태로 향하고 있는 국내 원전의 임시저장시설, 새로운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확보에 필요한 지난한 사회적 합의의 과정을 감안할 때 보다 빠르고 효과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지요.

 

 

원전에서 배출되는 방사성 가스

기술 개발 연구진. 왼쪽부터 홍도영 책임연구원, 차가영 박사후연구원, 황영규 책임연구원

 

 

이런 가운데 최근 화학연 연구진이 세계 최고 수준의 방사성 가스 제거 기술을 선보여 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인 원자력 이용과 발전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원전의 배기가스나 산업체, 병원 등에서 유출될 수 있는 방사성 요오드를 높은 습도의 환경에서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화학소재의 표면처리 기술을 개발한 것입니다.


방사성 요오드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다량의 수분과 함께 배출되는 기체 방사성 폐기물 중 하나입니다. 배출량도 미미하고 반감기도 8일에 불과하지만 낮은 농도에서도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축적되면 갑상선암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물질이지요. 원전 기술의 발전을 통해 방사성 요오드를 비롯한 크세논, 크립톤, 브롬, 삼중수소 등의 방사성 기체들은 대부분 활성탄 흡착층 등의 여러 처리법을 통해 자연방사선에 의한 피폭선량보다 극히 낮은 수준으로 억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원전 이용의 확대를 앞두고 환경 규제가 더욱 강화되며 더 높은 성능의 흡착제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지요.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초다공성 하이브리드 나노세공체인 MOF(Metal-Organic Framework)가 원전의 독성가스 제거용 소재로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이 역시 수분에 취약해 외부에 습기가 많을 때 방사성 기체의 제거 성능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한계점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화학연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 필터 혹은 방독면 등에 사용 가능한 MOF의 표면을 특정 화합물로 처리해 고습 환경에서도 방사성 기체 중 주요 누출 핵종인 메틸요오드화합물(CH3I)을 매우 높은 제거율로 포획할 수 있는 화학소재를 개발했습니다. 기존 MOF 흡착제에 수분을 차단하는 성질(소수성)을 부여해 높은 습도에서도 극저농도의 메틸요오드화합물을 선택적으로 포획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이와 함께 방사성 요오드와 상호작용하는 귀금속 은을 대신하는 활성 물질 아민류를 이용해 99.999%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메틸요오드화합물 제거 성능을 약 11일 동안 유지하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이는 기존에 상용화된 활성탄 흡착제 대비 280배나 높은 제거량을 나타냅니다.


또한 화학연의 새로운 방사성 요오드 제거 기술은 산업적으로 제거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휘발성 유기화합물 포름알데히드에 대해서도 고습 환경에서 기존 탄소계 흡착제 대비 5배 우수한 성능을 기록했습니다. 원자력 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도 오염물질 제거에 활동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지요.


연구진은 화학연의 방사성 요오드 제거 기술이 향후 신규 원전의 주류로 부상할 SMR의 배기가스 정화용 흡착제를 비롯해 방사성 물질 제거용 방독면 정화통, 극저농도 유해가스 흡착 및 농축 시스템 등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방사성 물질에 직접 노출되는 관련 현장의 산업인력의 건강뿐만 아니라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원전 이용의 확대가 불가피한 국가 에너지믹스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저지의 핵심 열쇠인 온실가스 대응 기술과 더불어 국민 건강의 안전핀이 될 방사성 폐기물 제거 기술까지, 보다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 기술의 완성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화학연의 전 방위적인 행보가 2050 탄소중립을 향한 전 세계의 노력에 한층 더 지혜로운 해법을 제시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