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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이모저모

색깔내는안료와 염료 무엇이 다를까?

작성자하이브파트너스  조회수1,823 등록일20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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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호기심연구소

 

 

색깔내는안료와 염료

무엇이 다를까?

 

 

형형색색 아름다운 빛깔의 캔들과 비누는 어떻게 색을 낼까요?
화학에서는 물건의 색상을 결정하는 색소를 성분에 따라 구분합니다.
물이나 오일 등의 용매에 용해되면 염료(dye),
녹지 않고 분산되면 안료(pigment)가 되는 것이지요.

 

 

 


 

물들이거나 바르거나
한자에서 볼 수 있듯이 염료(染料)는 ‘물들이는 재료’, 안료(顔料)는 ‘바르는 재료’로도 표현할 수 있는데요. 염료와 안료에는 특정한 색을 만드는 발색단(發色團, chromophore)이라는 분자가 있습니다. 가시광선에서 특정 주파수 대역의 전자기파를 흡수하는 원자단이지요. 우리 눈에 파랗게 보이는 것들은 빨간색 파장의 가시광선을 흡수하는 발색단입니다. 반대로 빨갛게 보이는 것은 파란색 쪽의 전자기파를 흡수하는 발색단입니다. 오래된 중고서적을 보면 표지가 대부분 푸른빛을 띠고 있습니다. 빨간색이나 노란색의 화려한 옷들도 시간이 지나면 점차 푸른빛으로 색상이 바랩니다. 이는 자외선의 영향 때문입니다.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큰 자외 선은 유·무기물 대부분의 수명을 단축시키는데요. 발색단도 예외가 아니어서 오랜 시간 자외선에 노출되다보면 어느 순간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큰, 즉 파란색 영역의 전자기파를 흡수하는 빨강색·주황색·노란색 계열의 색소가 그만큼 더 빨리 사라지는 것이지요. 물론 상대적으로 안전하며 오래가는 파란색 계열의 염료와 안료 역시 시간이 지나면 발색단이 파괴되어 아무것도 흡수할 수 없는 분자가 돼 결국 흰색만 남게 됩니다.

 

신분의 상징으로


염료는 섬유와 옷감, 캔들의 왁스를 물들이는 물감처럼 분자가 대상물에 단단히 결합해 색을 나타냅니다. 자연에서 얻기 시작한 염료는 대부분 탄소 원자를 갖는 유기화합물로 신석기 시대부터 지역에서 손쉽게 채취할 수 있는 생물 원료를 이용하며 발전해 왔습니다. 페르시아나 이집트, 인도 같은 고대왕국에서는 꼭두서니라는 식물에서 빨간색 물감을 추출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꼭두서니 뿌리에 있는 알리자린이란 유기화합물을 이용한 것이지요. 하지만 이 염료를 얻기 위해서는 무려 17단계의 수작업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붉은빛으로 염색한 옷감은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나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로마 시대 영화에는 종종 자주색 망토를 두른 귀족과 장군들이 등장하는데요. ‘티리안 퍼플’이라 불리는 이 색은 지중해에 사는 바다소라의 체액이 염료의 주성분입니다. 로마인들은 바다소라의 아가미 샘에서 나오는 맑은 체액을 공기 중에 노출시켰다가 햇볕에 충분히 말리면 직물을 물들일 수 있는 아름다운 자주색 염료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티리언 퍼플 역시 바다소라 1만 개에서 겨우 1g을 얻을 수 있을 만큼 귀해서 염료 제조법이 국가 기밀로 다뤄졌다고 합니다. 유럽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빨간색 염료를 생산했습니다. 열대 선인장에 기생하는 깍지벌레, 브라질 곤충인 깍지잔디 등을 이용해 빨간색 염료인 코치닐 색소와 지금도 립스틱의 원료로 쓰이는 케르메스 색소를 만들어냈는데요. 값비싼 염료는 유럽 국가들이 식민지에서 얻고자 했던 중요한 자원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유럽 열강들은 콩과 식물로 만드는 인디고 페라 등의 식물성 염료를 개발해 기존보다 많은 염료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유럽인들의 사치 풍조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대규모 경작지가 필요했던 까닭에 식민지 원주민들은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고도 합니다.

 

더 아름답게, 더 건강하게
옷감의 색깔이 신분을 나타내던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반도에서는 쪽, 치자, 모과, 홍화, 오가피, 석류, 산수유처럼 식물성 염료들이 주로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가지고 옷감을 염색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그래서 아주 생활이 윤택한 소수의 지배층을 빼면 대부분의 백성들이 흰색의 무명옷을 입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색조 화장품과 페인트, 잉크 등으로 많이 쓰이는 안료의 역사는 구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선사 시대의 사람들도 현대인들처럼 천연 안료로 화장을 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또 라스코 동굴 벽화나 피라미드의 유물들에서도 아름답게 채색된 안료들이 지금까지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특히 무용총과 강서대묘 등 고구려의 고분 벽화가 유명하지요. 금속이 포함된 무기 화합물인 안료는 대부분 광석 등에서 채취한 고체 분말 형태로 기름, 단백질 등과 섞어 물체 표면에 막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사용되었는데요. 탄산칼슘(CaCO), 황산칼슘(CaSO₄), 산화납(Pb2O₃) 등은 흰색, 산화철은 갈색 안료로 이용했습니다. 요즘은 물감, 화장품, 페인트 등을 만들 때 인체에 해가 없는 백색의 이산화타이타늄(TiO₂)을 사용합니다. 근대 화학기술은 안전한 색소의 사용과 함께 색이 만든 신분을 부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독일 화학자 빌헬름 폰 호프만은 골치 아픈 산업폐기물 콜타르에서 아닐린과 벤젠을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호프만의 연구실에서 말라리아 치료제인 키니네를 합성하던 영국 유기화학자 윌리엄 퍼킨은 연구 과정에서 우연히 보라색 염료를 개발하고, 훗날 빨간색의 알리자린 염료도 합성하는 데 성공하며 영국의 섬유 산업 발달에 지대한 공을 세우게 됐지요.

 

합성염료와 합성안료는 많은 이들에게 아름다운 색상의 옷을 입는 자유를 선사했지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대량의 물 사용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이에 따라 현대의 화학자들은 이제 친환경적으로 염료와 안료를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