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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이모저모

숯골에서 일어난 화학반응

작성자  조회수316 등록일2023-09-04
숯골에서 일어난 화학반응.png [948.9 KB]

케미 히스토리

 

숯골에서 일어난

화학반응

올해는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학원 계획도시 ‘대덕연구개발특구’가 탄생 5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1970년대 급격히 발전하는 한국의 산업을 부문별로 더욱 정밀하게 지원하고 견인할 전문 연구기관들의 입지로 대전광역시 유성구 일대가 선정된 것이지요. 지금은 현대적인 모습의 도시이지만 1973년 연구단지 건설기본계획이 한창이던 당시는 충청남도 대덕군 탄동면이란 행정구역이 말해주듯 넘실대는 푸른 들녘과 완만한 구릉 사이 몇 채의 농가들만 옹기종기 모여 있던 전형적인 시골의 모습이었습니다.

 

(좌) 1984년 대덕연구단지 전경 (출처: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 (우) 現 한국화학연구원 전경

덕분에 대덕연구개발특구 조성 공사가 한창이던 가운데 가장 먼저 개원식을 열고 입주한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의 초창기 연구원들은 비만 오면 진창으로 변해 고무장화를 신고 다녔던 기억, 인근 도시 대전에 살며 출퇴근길마다 만나던 버스 속 시골길 풍경, 시내의 거의 유일한 회식 장소로 갈 때마다 다른 연구소 사람들과 마주치곤 했던 중국음식점 태화장 등의 추억들을 즐겨 이야기하곤 하는데요. 큰 덕의 고장 대덕군(大德郡)에 들어선 정부출연연구소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력과 리더십을 발휘하며 보잘것없던 개발도상국을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이끄는 견인차가 되었습니다. 무명의 한국 화학을 오늘날 기초와 응용연구 전반에 걸쳐 국제적인 주목의 대상으로 변화시킨 화학연도 그중 하나였지요.

화학연이 자리를 잡고 있는 탄동면 화암리(현 대전시 유성구 신성동 일원)는 탄동(炭洞)이란 지명이 말해주듯 이 일대를 병풍처럼 둘러싼 금병산의 나무들을 베어다 숯을 만드는 이들이 모여 살던 곳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명 ‘숯골’이라고도 불렸습니다. 당시의 모습은 이제 찾을 길 없지만 지금도 여전히 탄동, 숯골이란 이름을 쓰는 마트와 음식점들이 이곳의 유래를 기억하게 하는데요.

 

 

한국화학연구원 정문, 디딤돌플라자와 C 상징물

우연일까요? 아니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을까요? 신기하게도 화학연 역시 주기율표 118종의 원소 중 가장 놀라운 화학적 다양성으로 인류 문명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탄소(C)를 연구소 로고와 조형물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정문 앞 화학연을 대표하는 상징물 역시 탄소를 형상화한 것이지요. 탄소덩어리 숯을 구워 팔던 마을과 이곳의 역사를 가장 현대적으로, 또 선진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화학연의 현재를 비교하다보니 대통령과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헬리콥터로 전국을 찾아다니다 빼어난 풍수지리에 반해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수도로 이곳을 낙점했다는 에피소드마저 그냥 웃고 넘길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까지 들게 됩니다.